7. 위기 → 절정 오까가 간다~~!!! -日本編-

이 여행기는 2006~2009년 다음 Cafe 일본철도연구회(이하 일철연)에 연재했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입니다.

이 여행기에 등장하는 열차편 및 운임요금은 20067월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3. 위기

 

결국 비로 인해 나가사키 구경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어쩌랴, 앞으로의 일정이 우선인 것을. 나가사키를 뒤로 하고 하카타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나가사키를 1730분에 출발하여 하카타역에 1920분에 도착하는 카모메 38. 그간 말로만 듣던 JR큐슈의 최신형 885계 시로이카모메.

 

이 열차는 시트부터 달랐다. 물론 새마을호의 대륙적 풍모가 느껴지는 장쾌함에는 비할 수 없었지만, 시트의 디자인에서부터 앉았을 때 등과 목을 받쳐주는 느낌과 전체적인 편안함은 새마을호의 그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드림 니치린이 시로이 계열로 운행된다면 매번 이용할 용의가 있을 정도.-안타깝게도 큐슈의 유일한 야간열차로 남아 있었던 드림 니치린은 2011312일 다이어 개정에서 폐지되었다-

 

또한 안타깝게도 전편의 나가사키역 사진을 찍고 나자 디지털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되어버렸다. 가지고 간 디카는 니콘의 쿨픽스 775. 고등학교 2학년때(2002!)인가 거의 지금의 DSLR 수준의 금액을 치르고 산 것이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당시로서는 혁신적인 ‘200화소. 지금에야 길가는 사람들 핸드폰 절반 이상에 달려 있는 폰카의 화소도 500만인 세상이지만. 어쨌든 저렇게 노후되었던 관계로 배터리의 용량이 참으로 압박스러워졌던 것이다.(배터리는 소모품) 틈틈이 충전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 150장 찍으니까 아웃.

 

각설하고-. 그래서 하카타역에 도착할 때까지의 사진은 전혀 없다. 사실은 나가사키에서 예의 그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피로가 누적되었었기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차 출발하는 걸 기다리기도 전에 뻗어버렸지만. 한참 자다가 차장님이 표 검사한다고 깨웠을 때 얼마나 열받았었는지......

 

한참 퍼질러 자다가 문득 이상한 소리가 나서 깨어 보니 바깥에 비가 그야말로 퍼붓고있었다. 소방 호스를 내 유리창에다 갖다 대고 물 틀어놓은 듯했다. 사가는 지난 것 같았고. 이렇게 비가 퍼부었던고로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건, ‘내가 왜 장마철에 여행을 와서 생고생을 하누...’

 

다행히 하카타에 도착할 무렵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후츠카이치(二日市)를 통과하니까 어느 정도 비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하카타역에는 정시보다 약 3분 늦은 1923분에 도착. 연신 죄송하다고 방송하는 듯한데,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겠다.

 

나가사키에서 식사를 조금 늦게 많이...(그 마트에서 도시락 2개를 샀는데도 500엔이 안 되었던 상황이라 700엔 주고 도시락 2개에 반찬 하나 샀다) 먹는 바람에 나와 친구 두 사람 모두 저녁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디 시간을 죽일 만한 곳 없을까 하고 찾다가 신칸센고가 쪽 입구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로 이동. 아이스 카페 모카 420...근처. 착한 가격이다. 당시 환율이 800원쯤 했으니 420×0.8=3360. 얼마나 착한지 알겠지?

 

스타벅스에서 한 두 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다. 처음에는 아무 자리에나 앉았는데, 문득 디카를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100V 콘센트 옆에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길래 그리로 이동해서 디카 충전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도대체 일본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당최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친숙한 분위기였다. 실제로 내 옆의 테이블과 옆의 옆 테이블에서는 한국어가 들렸었고. 단지 영수증만 일본어로 되어 있었다. , 메뉴판도.

 

아홉 시 좀 넘어선 시각. 오늘 밤을 보내야 할 침대특급(寝台特急) 아카츠키(あかつき)1031분에 하카타역을 발차하지만, 슬슬 수다 떠는 것도 지겨워졌고, 이제 거의 못 볼 큐슈 열차들을 마지막으로 구경해 두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역으로 이동했다. 중형 코인 락커에서 두 사람 몫의 짐을 찾고, (이틀 맡겼으니 추가요금 400) 개찰구를 통해 4번 타는 곳으로 이동.

 

그런데, 한참 구경하고 있던 와중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1번 플랫폼에 있다가 슬슬 4번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던 차에 지하통로에 설치되어있던 열차발착안내기를 봤는데...

 

......30분 지연......?

 

, 뭔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때 철도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전차 운전 게임,덴샤 데 고! 에서도 그렇고, 아카츠키 다이어그램이 참 널널해서 2~30분 지연 먹은 건 운행하면서 금방금방 회복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4번 승강장으로 나오니 이상한 게 있었다. 2132분에 하카타를 떠나 2차대전 시기 거대한 군항으로 유명했던-사실 지금도 군항- 사세보(佐世保)로 향하는 미도리 29. 2140분이 넘었는데 출발은 안 한다. 차장님하고 역무원들은 연신 무전기로 통화하면서 바쁘고. 이건 뭔가 문제가 심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열시가 넘었다. 어째 처음 플랫폼에 올라 올 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많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역시 일본... 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는데, 이제 사람들이 많은지 대충 이해가 갔다.

 

가고시마혼센(鹿児島本線) 열차가 전혀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어서 열차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플랫폼을 가득 메우고 대기하고 있고,열차가 출발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플랫폼에 열차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거고. 반대로 고쿠라(小倉) 방면 상행 홈에는 아래에서 열차가 올라오지를 못하니까 열차 없이 플랫폼에 사람만 꽉꽉 들어찬 상태였다. 닛포혼센(日豊本線) 특급인 소닉같은 경우, 하카타역 근방에 유치시켰던 883계가 와서 어찌어찌 출발하기는 했다.

 

4. 절정

 

......아카츠키가 지연이 55분으로 늘어났다. 여전히 사세보행 미도리는 옴짝달싹을 안 하는 상황이었으며, 미도리 자유석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운좋게 자리를 잡은 사람은 기다림에 지쳐 에어콘 빵빵하게 나오는 차내에서 시트를 뒤로 눕힌 채 자고 있고, 어떤 사람은 차장님이랑 수다를 떨고 있다. 후츠카이치 쪽의 선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일본어가 짧아서 왜 그런지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던데 이해불가)

 

위 사진에 나온 대로 할 일이 없어서 신칸센 홈 구경 갔다가 사진 좀 찍고 다시 재래선 홈으로 돌아왔다. 도중에 환승구 근처에 있던 불꺼진 빈 화장실에서 머리감고 세수까지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음 푹푹 찌는 날씨에 찝찝해서 못 견뎠을지 모르겠다. 이미 열차가 출발할 시간은 지난 뒤였고, 아카츠키를 대신해서 4번 홈에 죽치고 있는 미도리는 한 시간 10분 째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짜증 가득한 얼굴로 플랫폼을 노려보고 있는데, 역무원이 오더니 어디까지 가느냔다. 간단한 회화실력을 발휘해서 교토” (딱 두 글자. <-실은 히메진데 ) 라고 대답하자, 정말 죄송스럽고 안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참 멀었다는 뉘앙스로 위로해준다. 뭔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겠구만.

 

이 상황에서 JR큐슈의 배려라고 해야 하는지 센스라고 해야 하는지가 나타났다. 미도리는 29호가 사세보행 막차가 아니었다. 반면, 3번 홈에 죽치고 있던 카모메 49호는 나가사키로 가는 마지막 카모메. 때문에 카모메의 출발을 계속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 웬지 사가행 카모메 101호는 운행 안 할 것 같았다.(->실제로 안 했던 걸로 기억)

 

드디어 자정을 넘겼다. 최후까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던 카모메마저 출발. 이제 2-3-4번홈에는 아카츠키를 타려는 십수 명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적막감마저 감돌 정도다. 몹시 짜증나는 것은 11시대의 보통열차들까지 도착하는 상황인데 우리의 아카츠키는 죽어라고 안 나타났다는 것.

 

......새벽 한 시 경, 2번 홈으로 JRF라고 선명하게 찍힌 ~’ 컨테이너 화물 열차가 상행선을 통과하는 걸까. 침대특급 승객들은 짐짝만도 못하다는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사진도 못 찍었다.


치열하고 지루한 기다림 끝에 새벽 140분 경에야 아카츠키를 만날 수 있었다. 아카츠키는 교토(京都)에서 나가사키를 연결했던 침대특급이었다. 과거형을 쓰는 부분에서 알아챘겠지만, 지금은 블루 트레인(침대 특급의 다른 이름)의 이용객 감소로 인해 폐지된 열차다. 폐지 전에는 역시 교토에서 쿠마모토(熊本)를 연결하던 침대특급 나하(なは)와 토스까지 병결운행되기도 했다. 아카츠키에는 이른바 레가토 시트라고 하여 우리나라 우등버스 비슷한 좌석이 설치된 칸이 있었는데, JR패스로 추가금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돈 없는 우리 배낭 여행객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나 또한 당연히 이용했다.

몹시 피곤하고 서 있을 기력조차 없어서 타자 마자 자리에 털썩 쓰러져 모포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 했건만...... 기관차 바로 뒤라는 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기관차가 브레이크 잡을 때 마다,

 

특특특특특특특특특특특특.....”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오고, 이에 맞춰서 어째선지 차량 중앙에 설치된 화분도,

 

득득득득득득득득득득득득하고 떨렸다.

 

잠이 올 리가 있나. 거의 코쿠라에 도착해서야 잠이 들었다.

 

도중에 어떤 역을 통과하고 있을 때 잠깐 깼었는데, ‘신칸센 2층역사가 있고, 유치선도 상당히 많으며, 재래선 홈도 많았고, 열차 몇 대가 주박하고 있길래 벌써 히로시마를 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카츠키의 다이어가 심하게 널널한가부네......하고 안도했고, 다음날 일정에도 최소한의 무리만 가해질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

 


6. 발단 → 전개 오까가 간다~~!!! -日本編-

※ 이 여행기는 2006년~2009년 다음 Cafe 일본철도연구회(이하 일철연)에 연재했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입니다.

※ 이 여행기에 등장하는 열차편 및 운임요금은 2006년 7월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동네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토스(鳥栖)는 사가 현 동단에 위치한 동네로 인구 7만 정도의 소도시이다.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동네처럼 생겼지만, 후쿠오카에서 가까운데다 교통의 요지라 인구가 매년 증가 추세라고. 플랫폼에서 휘휘 둘러보니 90년대 말, 대한민국 축구계를 들썩이게 했던 3대 테크니션 중 한 사람인 윤정환 선수가 뛰었던 사간 토스의 홈 경기장이 역의 코앞에 위치해 있었다.

 

1. 발단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의 철도 시스템을 처음 접하고 몹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칼 같은 정시 운행이다. 실제로 도카이도 신칸센 같은 경우는 단 30초만 늦어도 지연 사과 방송이 나올 정도다. 5년 전쯤인가 전 일본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던 아마가사키 탈선 사고(오사카 인근 아마가사키(尼ヶ崎)에서 207계 전동차가 과속으로 탈선하여 500여 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사고) 역시 러시아워 시간에 수 분 정도의 지연으로 시말서를 쓰게 생긴 기관사가 지연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높였다가 벌어졌었다. KTX의 5분 미만의 지연은 정시 운행 취급하는 어떤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정시성이다. 그런데...

 

2분 늦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뭐, 어쨌든 차는 금방 왔고, 냉큼 자리를 찾아 앉은 나는 짐을 정리하고 릴랙싱하기 무섭게 피곤을 못 이기고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쯤 잤을까. 열차는 어느 샌가 바다를 끼고 달리고 있었다. 느릿느릿. 우리나라 경전선 같은 경우는 이런 느릿느릿 나아가는 구간에서 지연 회복을 하는데, 이 동네는 어림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날이 꾸리해서 바다 색깔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간만에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이미 어제 배를 타고 왔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다)

 

바다 구경을 하며 얼마나 달렸을까, 783계 카모메(かもめ)는 나가사키 역에 다다랐다. 약 1분 정도 늦기는 했지만, 충분히 선방. 사실 내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1분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고. 만족하면서 나가사키역 여기저기를 카메라에 담은 후 개찰구를 빠져 나갔다.

 

2. 전개

 

나가사키역 맞은편에 있는 상점가 지하 마트에서 점심거리를 이것저것 사들고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와 파란색 키하(キハ)68계 기동차에 올랐다. 오오무라센 타케마츠행. 아마도 하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차가 아닐까 싶다. 시 사이드 라이너(Sea Side Liner)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었던 이 기동차는 전형적인 일본 지방교통선의 원맨(ワンマン) 카이다. 나가사키같은 큰 역에서는 개찰구와 티켓을 통해 요금을 계산하지만, 곳곳의 무인역에서는 우리나라의 버스처럼 기관사가 요금을 받는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후승전강(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방식을 채용하고 있으며, 무인역에서 탑승한 사람들을 위해 뒷문 앞에 세리켄(整理券) 발매기가 있다.

 

잡설이 길었다. 우리는 한 정거장 떨어진 우라가미역에서 하차. 나가사키의 목표는 원폭 자료관과 원폭 중심지 등등 원폭과 관련된 역사적인 유적지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역에서 내리자마자 꾸리꾸리하기만 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평화의 공원까지 우산을 쓰고 도보이동.

 

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길에서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나빴다. 목적지는 언덕을 올라가야 있는 모양이고, 날은 푹푹 찌고, 습기는 잔뜩. 그야말로 체력 다운시키는 3대 요소가 가득 찬 모양새였다.

 

비도 오고 해서 원폭 자료관 먼저 둘러볼까 하다가,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들을 들고 가면 눈치 줄까봐 먼저 평화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바깥을 둘러본 다음 떠나기 전에 자료관에 가기로 했다. 비가 오는데도 밖에서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충, 공원에 가면 ‘당연히’ 정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화의 공원 갔다 오신 분들은 이미 ‘아 저새끼 존나 난감하겠군...’ 하고 생각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왜냐... 거긴 정자는 고사하고 비 피할만한 곳은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 계단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억수같이 뿌려대는 빗속에서 어디서 밥을 먹을 수가 있겠는가? 아니, 밥 먹는 건 어쨌든 됐다. 더욱 큰 문제는 ‘앉아서 쉴 공간’ 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벤치 잔뜩 있다. “위가 뻥 뚫려서 비에 그대로 젖고 있는...”

아..... 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니까 또 눈에 습기차네...... 그 상태로 한 시간여를 서 있었다. 굳이 입 아프게 말하자면 평화 공원에 우리 말고는 아~~~ 무도 없었다. 한 40여 분 지나니까 인도인인지 파키스탄인인지 알 수 없는 남아시아계 중년 부부가 우산도 없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다니기는 하더만.

비가 대충 잦아 든 시간은 서서 기다린지 한 시간 20분 정도가 지난 시각이었다. 이미 시계는 4시 40분을 넘어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우산을 접고 ‘서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만 이미 바지는 무릎 밑으로는 싹 젖어버린 상황이었고, 양말이며 신발 모두 다 축축했다. 윗도리는 땀이랑 비가 짬뽕이 되어서 몹시 불쾌했고 바지 안의 팬티는 또 왜 말려올라가냐... 아놔...

 

비 잦아든 공원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다 보니깐 5시가 다 되었다. 학교 끝난 중딩인지 고딩인지가 공원에서 염장 지르고 있어서......가 아니라 5시 30분발 카모메 38호로 하카타로 돌아가기로 했기 때문에 원폭 자료관은 끝내 못 보고 돌아가야만 했다.

돌아갈 때는 전차를 이용했다. 옆에 뻗은 나가사키혼센은 협궤(궤간 1067mm-일본의 일반적인 궤간)인데 얘는 표준궤(1435mm-우리나라 및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등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궤간. 일본 신칸센도 이 궤간을 쓴다)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승차감은 뭐.... 개판이고. 한 10분 달리니까 나가사키역.

 

3. 次回予告(?)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의 토스(鳥栖)역에서 느꼈어야만 했다.

저 옛날의 칸트처럼 들고나가는 그런 열차가 아무 이유 없이 늦어지던 바로 그 때.


그리고 그 다음,

나가사키 평화 공원에서 느꼈어야만 했다.

한 시간이 넘게 비 피할 데 없는 공원에서 한 조각 우산에 기대어 폭우를 받았던 바로 그 때.


그것도 아니었다면,

나가사키 역 앞에서 느꼈어야만 했다.

전원이 나가버리던 디카를 망연히 바라보던 바로 그 때.

수많은 사람들을 묶어 둘 그 어떤,

무언가가 갑자기 닥쳐 올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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